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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쿠로른

<보쿠로> 너의 심장을 먹고 싶어

“나, 너의 심장을 먹고 싶어.”
“이건 또 무슨 기기괴괴한 소리일까나-.”

 

쿠로오가 말끝을 늘리며 물었다. 학교 간의 평소와 같은 연습 시합과 브리핑이 끝나고, 피로에 아우성치는 몸으로 짐을 챙겨 체육관을 나가는 중이었다. 어울리지 않게 오늘따라 다른 사람이 다 나갈 때까지 꼼지락거린다 싶더라니. 사람 좋게 옆에서 기다려주던 쿠로오에게 느닷없이 던진 말이 이거였다.

 

간을 먹는 구미호도 아니고, 무슨 의미? 눈빛으로 되물어도 돌아오는 것은 상대가 자신 있어 하는 스트레이트 만큼이나 깔끔한 정적과 흔들림 없이 본인에게로 향하는 맹금류의 눈이었지만 말이다. 저런 눈동자에 박히면 숨 막힌단 말이지. 쿠로오가 속으로 한숨쉬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찰나의 고민 끝에 쿠로오는 주먹으로 손바닥을 내리치며

“아, 그거냐.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패러디 라거나? 심장병입니까? 그런 겁니까, 보쿠토군!”

라고 받아쳤다. 쭉 뻗은 검지로 보쿠토를 가리키며 입꼬리를 올리는 모습이 매우 천연덕스러웠다.

“그런 건 아니야. 하지만 쿠로오의 심장을 먹고 싶어.”

여전히 한곳만을 주시하며 맥락 없이 들었다간 섬뜩할지도 모르는 말을 지껄이는 보쿠토의 얼굴은 아집이 쌓여 사뭇 진지했다.

“조금 무서워지려고 하거든요. 네가 그런 식으로 말하면 진-짜 부리로 콕콕 심장 파먹을 것 같은 기분이니까, 그만두지 않을래?”
“쿠로.”

장난기 어린 분위기를 단숨에 잘라내는 보쿠토였다.

쿠로.

태어나서부터 19년, 그리고 서로를 만나서 부터라 해도 3년간 질리도록 들어왔을 이름이 명치 한가운데로 스파이크처럼 꽂혔다. 분명, 전에도 몇 번 이런 일이 있었다. 그리고 쿠로오는 그때마다 뱃속을 울리는 느낌이 싫지만은 않았다. 마치 '오직 나에게만 집중해' 라고 말하듯 관심을 갈구하는 짐승의 집요함이 퍽 새로웠기 때문이다.


“병들었다던가 그런 건 아니지만, 역시 심장이 아파. 쿠로를 생각하면 5세트를 풀로 달린 시합 후에도 1000m는 뛴 것처럼 터질 듯이 쿵쾅거리고, 쿠로가 다른 사람이랑 다정하게 말만 하고 있어도 언제 그랬냐는 듯 싸늘하게 식어버려. 가끔 그 온도 차에 심장이 멎어버리진 않을까 두려울 정도로."

 

답지 않게 길어지는 말이었다. 평소 좋아! 사랑해! 너무 예뻐! 따위의 단조로운 어휘력 덕분이었던지 듣는 쿠로오의 눈이 조금 커졌다.


"내 아슬아슬한 심장은 쿠로오를 원해. 그러니까, 쿠로오의 심장을 주지 않을래?”


내 심장이 되어줘.


그것은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이마에 송글 식은땀이 맺히는 어느 더운 여름날, 살갗을 차갑게 식히는 오싹한 고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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